GALLOPER

갤로퍼, 4륜구동 자동차의 새 역사를 쓰다

4륜구동 자동차의 특별한 기억

1988년,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대한민국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습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또한 성숙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소득과 구매력으로 세단형 자동차마저 생소한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일반인들의 해외여행은 먼 이야기였으며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했기에 자동차 관련 문화 또한
생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4륜구동 차량은 네 바퀴에 모두 동력이 전달되어
험로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당시, 4륜구동
자동차에 대한 일반적 생각은 사각형태의 박스형 차, 튼튼한
군용 차, 거친 사막과 험한 길을 달리는 강인한
오프로드(Off-road)차였습니다.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여유를 즐기기 위한 세컨드 카였던 4륜구동
자동차는 특별한 용도의 자동차로 부와 여유로움의
상징이었습니다.

4륜구동 승용차 갤로퍼의 등장

자동차가 아직 필수품이 아니었던 시절, 현대정공은 레저와 여행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승용차처럼 편리하게 탈 수 있는 상시 4륜구동(Full-time 4 Wheel Drive)
갤로퍼를 1991년도에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갤로퍼는 오프로드를 벗어나 일반 도로위로 올라온 4륜구동 승용차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습니다.

갤로퍼는 승용차와 4륜구동 차량의 장점만을 모은 현재의 크로스오버(Crossover) 개념을
지향했으며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자동차 문화의 미래를 향한 혁신의 코드였습니다

품격과 기능이 조화된 다목적 승용차 갤러퍼가 온다!

새로운 도전,
우리 차로 세계를 달리다

해외여행의 개념조차 낯설고 외국의 모습의 신기하기만
했던 그 시절, 여행가 김찬삼 교수는 세계여행, 배낭여행의
선구자였습니다. 평생 지구를 32바퀴나 돌았던 그는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차로 세계를 달리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문 큰 꿈이었습니다.
‘전력으로 질주하는 말’ 갤로퍼와 김찬삼 교수의 만남은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 위한 필연이었을 것입니다.

의기투합한 갤로퍼 대장정 팀과 김찬삼 교수는 세계여행을
위해 1년간의 준비를 했습니다. 1992년, 드디어 중국을
시작으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거쳐 남미와 북미를
여행하는 ‘갤로퍼 대장정’의 첫발을 떼었습니다. 우리
자동차로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냉전시대가
끝난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공산국가로의 여행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와 수교가 없던 중국으로의
입국과정은 험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갤로퍼는
중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채 인도로 해상 운송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중국 횡단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대륙을 무사히 횡단한 일행은 인도에서 비로소 갤로퍼
대장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갤로퍼는
288일, 73,000km에 걸쳐 비포장 도로, 길조차 없는
오프로드(Off-road), 극지의 빙판길, 몰아치는 눈 폭풍과
험난한 산악 등 온갖 험로를 누비며 드넓은 세상을 거침없이
달려 갔습니다.

세계인에게 품질을 각인시킨 이름, 갤로퍼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해외에서도 대륙 횡단 같은 장거리 랠리의 시도조차 미비하던
시절이었기에 철저한 계획은 필수였습니다.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고장 등에 대비하여
교체 투입할 대체 차량을 준비하였고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차량 운송 및 보급방법을 선정하는
한편, 전문 정비 인력이 팀에 합류하여 일상 정비와 수리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대장정에 참가한 3대의 갤로퍼는 모든 여정에 걸쳐 단 한번의 고장도 없었습니다.
소모품 교체와 극지방 운행을 위한 스노우 타이어 교체 만으로 무사히 주행을 마쳤던 것입니다.
이러한 성과는 갤로퍼의 우수한 품질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주기적인 차량 관리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일화로 남았습니다.

갤로퍼 대장정은 각종 광고로도 제작되어 소개되었습니다.
당시 TV에서 방영한 ‘가자!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는 CF는
지금도 기억하는 이가 많습니다. 전무후무한 대장정의
여정을 담은 이 짧지만 강렬한 CF는 낯선 이국의 풍경과
역경을 헤치고 질주하는 갤로퍼의 당당한 모습을
소개하였고 시청자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며 다음 회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사막 모래언덕을 달리던 갤로퍼의 문이 열리며 차가운
에어컨 냉기가 열사의 땅에 닿자 피어 오르던 하얀 구름의
이미지는 젊은이들에게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CF는 수많은 해외 답사단과
대륙횡단 투어 팀의 도전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태극기를 단
갤로퍼 중 한 대는 경유지에 도착할 때마다 그 차체에
현지인들이 서명을 하도록 했습니다. 이름조차 생소한
대한민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접한 현지인들은 먼 곳에서 온
낯선 이방인과 갤로퍼, 그리고 달려온 여정만큼 늘어난
다양한 국가와 언어의 서명이 가득한 차체를 보며 신기해
했습니다. 일행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재거리를 만들어 냈으니 진정한 한류의 시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레저와 새로운 자동차 문화의 선도자
갤로퍼

갤로퍼는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4륜구동 자동차로 여행과 레저를 위한
RV(Recreational Vehicle)라는 새로운 개념을 널리
알렸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 캠핑 등 레저 활동을
소개하며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켰던
것입니다.

또한, 자동차는 개인이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꿔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문화를 보급하는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이를 접한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이 영감을 얻어
수많은 자발적인 갤로퍼 관련 동호회를 만드는 등, 국내
자동차 업계에 팬덤 현상을 일으킨 최초의 자동차라 할
만큼 영향력과 인기를 누렸습니다.

1991년, 현대정공에서 최초로 출시된 갤로퍼는 1999년
4륜구동 승용차 부문이 현대자동차에 이관되면서
뉴 밀레니엄과 함께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2000년 5월 출시된 2001년형 갤로퍼부터는 현대자동차의
로고와 앰블럼을 장착하여 이전 현대정공 로고와 앰블럼을
장착한 갤로퍼와 한 눈에 구별할 수 있습니다.

갤로퍼, 넓은 세상을 질주하는 말

세상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자동차 마니아와 젊은이들의 가슴에 꿈과
열정의 불을 지피며 수많은 역사와 신화를 만들어낸
갤로퍼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결국 우리 곁을 떠나야만
할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갤로퍼는 이후 여러 대장정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게 되는 후속모델
테라칸에게 그 명성을 물려주며 은퇴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라는
말처럼 단종 이후에도 갤로퍼는 여러 행사와 장거리 투어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아직까지도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아직 세계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기에 여러 대장정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신을 알리고 현대자동차가 품었던 큰 꿈을 널리 떨친 갤로퍼는
이름과 로고에 품은 의미처럼 드넓은 세상을 질주하는 길들여지지 않은 한 마리 말과 같이
우리의 기억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